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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날씨에 전해지는 촉촉한 마음.
프로필 이미지 에디터 김현진


입동이 자나자 마자 더 사그락거리는 날씨와는 다르게 마음은 촉촉해지고는 한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에 적힌 시 구절에도 괜히 눈길이 머물러 되새겨보고는 마음에 담기 일쑤이니 말이다. 덕택에 인심이 더 나는지 무언가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마음은 나뿐이 아닌지 호흡기가 약한 우리 가족들을 위해 시댁에서 도라지청을 보내오셨다. 멀지 않은 거리에 살아 자주 왕래를 하는데도 굳이 평일 저녁에 불러 가져가라고 하시기까지 하셨다. 신랑이 퇴근길에 들려 도라지청과 함께 가지고 온 여러 반찬들로 저녁 식탁까지 풍성해졌다. 



도라지청을 하루라도 빨리 먹이고 싶은 마음에 그러셨을 거라는 것을 짐작해보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도 우리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이셨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챙겨짐을 받는다는 것은 항상 풍족한 마음이 들게 해 행복하다. 

저녁을 먹은 후 도라지청 한 숟갈을 따뜻한 물에 타서 홀짝이며 마셨다. 벌써 목이 좋아지는 느낌이라며 호들갑도 떨었다. 신랑에게 집에서 보내주신 거니까 남기지 말라고 으름장도 놓았다. 시댁에서도 역시나 바라시는 바이실 테니 말이다. 신랑도 아는지 인상을 쓰면서도 한 잔을 다 비웠다. 



마음은 촉촉하게 채웠으니 건조한 피부를 채우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꼼꼼히 세안을 마친 후 화장솜에 토너를 듬뿍 적셔 얼굴에 골고루 올린다. 어제 저녁 마스크팩을 했기에 오늘은 스킨팩을 선택했다. 

벌써 촉촉해지는 것이 느껴지며 얼굴이 편해지자 잠이 솔솔 오기까지 한다. 아침에 읽었던 시 구절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쌉쌀한 도라지청의 향기를 되돌리며 몸과 마음이 촉촉한 저녁이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무언가에 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마 작은 행복으로 만족한 마음이 취한 것이겠지. 



화장솜을 천천히 닦아내듯 떼어내며 얼굴을 두드려 토너를 흡수시키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에센스를 펴 바르면서 거울을 보는 내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피부가 좋아지니 더 흥이 오른다. 괜히 누워있는 신랑에게 다가가며 얼굴을 맞대본다. 요즘 들어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며 칭찬을 하는 신랑에게 “팩해줄까?”라며 물어본다. 

내 피부에 변화가 커서인지 웬일인지 단 번에 승낙을 한다. 특별히 마스크팩을 올리자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린다. 옆에서 기다렸다가 팩을 떼어내고 조심스럽게 잔여물을 흡수시켜주고 에센스까지 발라주었다. 잠결에도 너무 촉촉해서 좋다는 말을 남기고는 더 깊은 잠에 빠져든다. 



건조한 날씨에 기관지도 약한 사람이 이리저리 치이며 힘겨운 사회 활동을 하며 버티는 안쓰러운 얼굴을 쓰다듬었다. 가끔 이렇게 기분 좋은 촉촉한 서비스도 해줘야겠다고 다짐하며 예쁘게 함께 늙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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